페이크 다큐 영화 <마루이 비디오> 후기, 줄거리 O, 스포 X

마루이 비디오 포스터

 

제목	마루이 비디오(2023)
감독	윤준형
주연	서현우, 조민경
러닝 타임	87분
시청 등급	15세 관람가능
장르	공포, 스릴러, 페이크 다큐
언어	한국어
지원 OTT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거지발싸개요일 저녁, 이대로 잠든 채 내일 출근을 맞이하면 안 되겠다 싶어 넷플릭스를 켰습니다. 오늘도 역시나 스크롤을 주룩주룩 넘기며 넷플릭스를 훑어보는데 영화 TOP10에 웬 공포영화 하나가 눈에 띄더라고요. 

 

제목은 마루이 비디오, 제목만 보고 일본 영화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누가 봐도 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더라고요. 러닝타임도 1시간 27분으로 자기 전에 보면 딱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장르가 공포영화고 또 저녁시간인만큼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왼쪽 옆에 핸드폰을 두고(무서우면 화면 켜야 하니까), 오른쪽 옆에는 우리 집 뚱뚱보 강아지를 앉혀놓은 채 영화를 틀었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는 실화가 아닙니다!! 페이크 다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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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재생 시키면서도 가장 궁금했던 건  제목 '마루이 비디오'의 뜻이었습니다. 그걸 알고 있는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뜻에 대해 설명을 해주더라고요. 마루이 비디오란 살인사건 증거 영상물 중 수위가 높고 폭력적이라 외부에 유출되면 안 되는 비디오들을 검사들 사이에서 지칭하던 말이었습니다. (실제로 사용하는 말인지는 확인할 수가 없네요)

 

영화는 김수찬 PD와 검찰청 출입기자인 후배 홍은희를 중심으로 어떤 마루이 비디오를 추적하며 겪는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그들이 찾고 있는 것은  1992년 부산의 여관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내용이 담긴 '마루이 비디오'로 검사들 사이에서 귀신들린 비디오라고 불리는 영상이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결국 비디오를 찾은 그들은 그 비디오에 찍힌 한 남성(귀신)의 정체를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수록 그들에겐 섬뜩한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영화의 초 중반부, 영상에 나온 남자의 정체에 대해 파헤치며 과거 발생한 동성장 여관 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때까지는 엄청난 흡입력을 보여줍니다. 페이크 다큐 설정 영화답게 차분하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연출이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볼 때처럼 집중하게 만들어 주더라고요. 

 

이 내용은 가짜다 라는 걸 알고 보는데도 연출이 사실적이어서 순간순간 '어? 이것도 가짠가'생각이 들었습니다. 파라노말액티비티, 곤지암 이후에 짜임새 좋은 페이크 다큐 영화가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했습니다. 그런데...

 

딱 중반부를 넘어가는 순간부터 모든 이야기의 흐름이 예측되기 시작했고, 그동안 봐왔던 한국영화의 클리셰들이 이어져 나왔습니다. 그때부터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더라고요. 그래도 결말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끝까지 정신을 붙들고 봤습니다. 그리고 결말은 제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더라고요. 

 

엔딩 크레딧을 보고 난 후에는 허무하다는 생각도 좀 들더라고요. 영화 초반부는 정말 재밌었는데 후반부까지 이야기의 힘이 지속되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공포 연출도 생각보다 많이 약하다고 느꼈어요. 전 공포영화 정말 못 보는 공포찐따임에도 불구하고 불 끄고 어려움 없이 볼 수 있었어요. 무서울까 봐 옆에 앉혀둔 뚱뚱보 강아지와 함께 머쓱해졌습니다. 

 

그래도 마루이 비디오에서 하나 건진 게 있습니다. 홍은희 기자 역을 맡은 조민경 배우가 연기를 굉장히 잘하더라고요. 눈에 띄는 새로운 배우를 발견해서 기분 좋았어요. 앞으로도 다른 영화나 드라마도 많이 많이 찍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초반부에 비해 중후반부 이야기 장악력이 약했다는 점이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특히 결말 부분으로 갈수록 다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페이크 다큐 연출을 굉장히 리얼하게 잘 살렸다는 점은 눈여겨볼만 한 것 같아요. 이게 바로 편집의 힘인가...?

 

 

아무튼 거지발싸개같은 화요일 저녁, 저에게 작은 즐거움을 준 고마운 영화 마루이 비디오였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츄라이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