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학교괴담을 굉장히 재밌게 봤었다. 그땐 무서운 게 딱 좋아 책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었을 정도니 학교괴담 정도의 애니메이션은 지금 말로 도파민 터지는 만화였다.
지금도 공포물이라면 눈에 불을켜고 찾아다니기에 최근에 학교괴담 애니메이션을 다시 본 적이 있었는데, 어렸을 땐 모르고 봐서 괜찮았지만 커서 보니 일본 정서가 너무나도 그득그득해서 보다가 꺼버렸다.(일본 만화니까 어쩔 수 없지만)
남자 주인공들이 변태인것도 그렇고 귀신들도 악하기만 하다고 해야 할까? 한국인이 환장하는 서사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귀신이라도 사연이 있으면 나쁜 짓을 해도 편을 들어주는데 말이다.
그러던 중 웨이브에 올라온 공포 애니메이션 호러나이츠를 발견했다.
1화를 보자마자 너무나도 한국적인 배경과 캐릭터들의 모습에 반해버렸다.
공포 애니메이션에서 가장중요한 건 그림체와 음향인데, 그 둘도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래서 앉은자리에서 다 봐버리고 말았고 '이건 리뷰를 써서 널리 알려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후기를 남긴다.
요약
제목 | 호러나이츠 |
몇부작 | 8부작 |
러닝타임 | 20분 미만 |
장르 | 공포, 스릴러 |
시청등급 | 15세 이상 관람 가능 |
지원OTT | 웨이브 오리지널 |
자막 | 한국어 자막 O |
일단 호러나이츠는 18세가 아니다. 15세 이상 관람 가능이기 때문에 극도의 잔인함이나 공포감을 기대한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근데 난 재밌었음)
밤에 불 끄고 혼자서 보면 좀 무서운 정도 일 것 같다(난 불도 다 켜고 강아지도 양 옆에 끼고 봤다)
호러나이츠 제작사
오프닝 시작 전에 이렇게 OCON이라고 뜨길래 제작사인가 싶어 검색해 봤다. 그랬더니..
뽀롱뽀롱 뽀로로 제작사란다.
뽀로로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스튜디오 홈페이지에 가보니 그 외에도 정말 많은 작품들이 있었다. 궁금하다면 사이트에 방문해 보길 바란다. 아무튼 내가 바라는 건 호러나이츠가 잘되서 시즌2,3가 계속 나와주는 것... 학교괴담 말고 한국 공포 애니메이션으로 제 어른기를 보낼 수 있게 해 주세요..
에피소드별 줄거리 & 별점
호러나이츠 시즌1(내 맘대로 시즌1이라 하겠다)은 총 8부작으로 되어있다. 전부 20분 안으로 끝나기 때문에 잠자기 전 누운 자리에서 다 볼 수 있었는데 그중 별로인 에피소드도 있었고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그럼 에피소드별로 줄거리를 정리해 보고 내 맘대로 별점을 매겨보겠다.
1. 흉가체험
⭐⭐
유튜버 민호가 과거 장기매매 장소인
흉가를 체험하다가 생긴 일
뭔가 영화 곤지암도 떠오르고,
이 전에 자주 사용됐던 소재여서
그렇게 막 무섭지는 않았다.
그래도 좋았던 건 시청자 채팅창의 디테일..
야근하면서 방송 보는 인간 ㅠㅜ
채팅창 말투도 진짜 같음.
전체적으로 호러나이츠는
이런 디테일들이 좋았다.
2. 가시
⭐⭐⭐⭐
학창 시절 학교폭력을 저지른
두 양아치의 말로
두 번째 에피소드는 권선징악을
제대로 보여주는 에피소드여서
별 4개를 줬다.
현실의 양아치를 어찌나 진짜같이
그려놨는지...
'학교 폭력을 저지르면 주옥되는거야'
를 제대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배경의 도로명주소, PC방,
학원 등의 디테일도 상당하다.
3. 학교에서
⭐⭐
어느 깊은 밤,
야자 하는 친구들끼리
서로 무서운 이야기를 한 가지씩
시작하는데...
3번째 에피소드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데 전교1등,2등
얘기 나올 때부터 너무 예측이 돼서
별 2개를 주도록 하겠다.
4. 끝나지 않는 도로
⭐⭐⭐⭐⭐
노쇠하신 아버지의 사망 후
유골을 산에 뿌리러 가는 길,
'이상하다? 아까도 여기였는데?'
같은 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호러나이츠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에피소드다.
분량도 이 에피소드만
20분이 넘는데 보는 내내 입 열고 봤다.
현실에서 진짜 있을법한
이야기라 그런지 더 몰입이 잘 된 에피소드.
별 다섯 개를 준 만큼
이 에피소드는 꼭 보시길.
5. 여우재
⭐⭐
여우 사냥꾼 때문에
빡친 여우의 복수극
저 아저씨가 여우 사냥하겠다고
여우굴을 들쑤시는 바람에
애꿎은 편알만 고통받는 이야기인데
딱히 새로울만한 내용은 아니어서
별 두 개를 줬다.
그래도 야간에 혼자 알바하는
편알에 공감돼서 무섭긴 함.
6. 1601호의 주문
⭐⭐⭐
늦은 시간 한 통의 피자 주문 전화를 받은
알바생은 동성아파트 1601호로 배달을 간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계단으로 올라가는 알바생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어? 이 아파트 16층이 없네..? '
또다시 알바생에 빙의하여
'와 씨 저거 어떡하냐'
하면서 마음 졸이면서 본 에피소드.
끝에는 슬픈 사연이 있어서
좀 안타깝기도.
무난한 에피소드여서 별 3개
7. 액귀
⭐⭐⭐⭐
작심 고시원 403호에 입주한 유진,
이상하게 첫날 밤부터 으스스한 느낌이 든다
다음 날 유진은 옆방 사람으로부터
403호 전 세입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데...
이거는 귀신이 무섭다기보다는
저 고시원 아주머니가 더 무서운
에피소드였다.
귀신보다 무서운 건 돈,
돈 보다 무서운 건 사람인 걸
느끼게 해주는 에피소드
8. 연모요(戀母謠)
⭐⭐⭐⭐⭐
'너.. 엘리베이터로 귀신 부르는 법 알아?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6층 순으로 올라가
그다음은...'
엘리베이터라는 소재가
주는 공포감에다가
귀신 부르는 주문까지 합쳐져서
더 무서웠던 에피소드다.
보는 내내
'귀신을 왜 부르려는 거야!'
라며 눈을 반쯤 가리고 보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주인공이 왜 그랬는지
모든 것이 이해되면서 눈물 흘릴 뻔했다.
주인공은 귀신을 부르는 주문을 써서라도
만나고 싶었던 사람(귀신?)이 있었던 거다.
무섭기도 했지만 슬프기도 해서
더 여운이 많이 남았던 에피소드다.
4번과 함께 별 5개를 준 회차.
참고로 연모요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내용의 민요다.
후기
포스트 중간중간 계속 말했듯이 디테일이 정말 좋은 애니메이션이다. 배경이 지극히 한국적이고 담고 있는 내용이나 정서도 굉장히 한국적이어서 정말 재밌게 봤다.
시간도 짧기 때문에 쫄보지만 공포물은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딱인 콘텐츠다. (불 끄고 보면 진짜 무서움 애니메이션이라고 무시 ㄴㄴ)
웨이브는 당장 시즌2, 3 쭉쭉 만들어서 한국의 공포 애니메이션을 세계에 퍼트리길 바란다. 웨이브가 안된다면 넷플릭스라도 만들어줘라. 그래야 지금 어린이들이 일본 애니메이션 대신에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많이 볼 테니까 말이다.
내 어릴 적 공포 애니메이션 하면 학교괴담이 생각났지만 지금 애들은 호러나이츠 같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추억하길 바라며 이번 포스트를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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