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찾은 한국 코미디 영화
2019년에 개봉한 한국 재난영화 <엑시트>는 제가 극장 개봉 당시 입소문에 이끌려 혼자 보러 갔던 영화였습니다. 넷플릭스에 업로드 되어 있길래 다시 한 번 시청해보았는데 또 봐도 재미있는 영화더군요. 만약 개봉 당시 못 보신 분들은 넷플릭스를 통해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땐 굉장히 뻔한 재난영화일거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재난영화라는 장르 자체가 한국영화든 해외 영화든 항상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간다는 거 다 아실거예요. 그래서 관람 전에는 재난 영화 특유의 억지 감동, 영웅 서사 등 뻔한 클리셰가 머릿속에 그려졌고 엑시트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완전히 빗나간 예측이였습니다.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탈출해야 한다.
취업 준비생 용남(조정석)은 대부분의 취준생들이 그러하듯 집에서 구박받는 신세 입니다. 대학 시절에는 산악 동아리의 에이스 였지만 과거의 명성과는 다르게 현재는 누나들한테 혼나기만 하는 철없는 막내아들이죠. 그래도 기죽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던 용남에게 사건이 발생한 건 어머니의 칠순잔치 날 입니다. 잔치를 하기로 한 연회장에서 우연히 대학 산악 동아리 후배인 의주(윤아)를 만납니다. 사실 용남은 의주에게 고백했다가 차였던 경험이 있습니다. 용남은 취업해서 잘 살고 있는 의주에 비해 자신은 취준생 처지임이 부끄럽습니다. 오빠는 어떻게 지내냐는 의주의 물음에 벤처회사를 다닌다며 말 같지도 않은 거짓말을합니다. 그리고는 의주 앞에서 아무말 대잔치를 하기 시작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용남이가 예전에 고백했다 차인 후배를 만난 게 사건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진짜 사건은 연회장이 아닌 밖에서 발생합니다. 의심스러운 한 남자가 엔서 화학이라는 회사 앞에 트럭을 끌고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위독 가스를 살포하기 시작합니다. 살포된 가스는 사람들을 쓰러지게 함과 동시에 급속도로 도시 전체에 퍼지게 됩니다. 사람들은 정신없이 대피합니다. 결국 칠순잔치가 열리고 있던 연회장에도 가스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의주와 용남의 가족은 가스를 피하기 위해 필사의 탈출을 감행합니다.
어디서도 본 적없는 한국형 재난 영화
이 글의 제목에도 썼다시피 영화 엑시트는 지금까지의 재난영화가 담았던 클리셰를 부순 영화입니다. 아마 여태까지의 재난 영화에 질려버리신 분들이 보시면 아주 좋아하실 콘텐츠 입니다. 그럼 감상포인트 시작하겠습니다. 엑시트의 첫 번째 감상 포인트는 바로 주연배우 두 분의 연기 케미 입니다. 사실 조정석 배우분의 생활연기는 이미 유명해서 잘 살릴거라 기대했었고 기대만큼 잘 해주셨습니다.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면 진지한 장면에서조차 조정석의 코믹함이 자꾸 살아나서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외였던 건 의주 역의 윤아 였습니다. 생각보다 코믹 생활연기를 굉장히 잘하시더라고요.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코믹함이였는데 표정연기도 그렇고 달리기 같은 액션연기 또한 보는 사람이 즐거울 수 있도록 포인트를 잘 살려주었습니다. 영화를 보시면서 연기 구멍으로 흐름이 끊기는 일은 없을 것 입니다. 두번째 감상포인트는 그 누구의 희생도 없는 명량 재난 액션 영화 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재난 영화는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다수를 구하게 되는 진부한 장면들이 꽤 나옵니다. 재난 영화 장르를 좋아하는 팬으로써 매번 어떤 인물의 사망플래그가 띄워지면 죽기전에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곤 했었죠. 하지만 엑시트는 다릅니다. 그 어떤 인물의 희생도 없이 아무도 죽지 않고 서로가 살기위해 으쌰으쌰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누군가를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 따윈 하지 않고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흔한 신파 장면도 없으니 신파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마음 놓고 편안하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사실 옥상에 갇힌 사람들이 구조 되는 장면에서 케이블 감당 무게가 초과되어 '내가 내릴게, 네가 먼저 타고 가!' 같은 대사가 나올 땐 뻔하게 흘러가나 싶었는데 누구하나 대신 내리는 사람 없이 원래 탔던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안심하고 볼 수 있었습니다.세 번째 감상포인트는 탈출을 방해하는 빌런 역할의 캐릭터도 없다는 것입니다. 재난 영화를 자주 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실거예요. '난 못해!' 라던지 남들 다 이 방향으로 가는데 '싫어 난 저 쪽으로 갈거야' 하고 죽는다던지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서 일찍 죽는 캐릭터들을 보면서 탄식했던 우리들의 지난 날 말입니다. 하지만 엑시트에는 그런 캐릭터가 없습니다. 물론 의주의 점장 캐릭터가 조금 꼴보기 싫은 캐릭터이긴 한데 쓸 데 없는 빌런짓은 안 하는 그저 찌질이로만 나옵니다.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장면인 휴대전화 조명으로 모스부호 SOS를 치는 것 부터 다들 시키는 대로 하는 착한 캐릭터들 뿐입니다. 네 번째 감상포인트는 너무나도 한국적인 재난 탈출 영화라는 것 입니다. 용남과 의주가 탈출을 시도 할 때 가스가 피부에 닿는 걸 피하기 위해 선택했던 분홍색 종량제 봉투 부터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재난 문자까지 헐리우드 재난 영화에서는 절대 만나볼 수 없는 한국 영화니까 가능한 포인트들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용남의 아버지와 가족들이 용남을 구하러 가기 위해 택시를 잡는 장면에서 군대 선후배의 위계질서를 보고 정말 한국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 외에도 지하철 탈 때마다 마주쳤던 방독면을 활용하는 방법, 밤 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 고기집 환풍구로 가스가 흡입되는 장면 등 우리나라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감성들을 굉장히 잘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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