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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The zone of interest) 줄거리, 실화기반, 영화 정보

by 고녁 2024.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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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으로 백수가 된 지 N개월. 이상하게 퇴사한 후로 더 바쁘면서도 여유로운(?) 일상을 살고 있다. 백수가 가진 특권 중 하나인 '자유로운 시간'을 조조영화로 흥청망청 쓰고 있는데 그러던 중 색다른 영화 한 편을 발견하게 되어 이렇게 리뷰를 쓰고자 한다. 

 

영화 정보 요약

제목 존 오브 인터레스트
감독 조나단 글레이저
출연 산드라 휠러, 크리스티안 프리델
러닝 타임 1시간 44분
시청 등급 12세 이상 관람 가능
장르 드라마, 실화 기반

 

영화 리뷰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다룬 영화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확인하지 않은채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 첫 시작부터 약 2~3분간 검은 화면에 소리만 울려대는데 그 때부터 '아 이영화는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구나' 하고 느꼈다. 그 이유로는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큰 소리 영향도 있지만 집에서 봤다면 분명 스킵을 해서 이 영화를 제대로 못 느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속 회스

이 영화는 과거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사령관을 맡았던 실제 인물 루돌프 회스와 그의 가족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담아낸 영화이다. 약 100분 동안의 영화 배경은 거의 다 이 회스 가족들의 집과 그 집 담장 너머 보이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굴뚝이다. (관람객은 이 굴뚝이 무슨 일을 하는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보는 내내 소름이 끼치겠지만..) 

실제 인물 루돌프 회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다른 홀로코스트 영화들처럼 직접적으로 유대인들이 학살 당하는 장면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상영 내내 연기가 끊이지 않는 굴뚝과 담장 너머로 들려오는 총소리와 비명소리, 회스 가족의 정원에 뿌려지는 비료(비료는 뼛가루다..) 등 간접적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 학살에 대해서 보여준다. 

영화 예고편, 회스 가족들의 파티 장면과 대조되는 굴뚝 연기

그런데 오히려 이런 점이 더 무서웠다. 담장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는 회스 가족들의 모습과 담장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나도 신경 쓰이는 나(관람객)의 입장 차이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져 이 점이 정말 소름 끼치게 다가왔다.   

유대인의 것으로 추측되는 밍크코트를 입어보는 회스의 아내

중간중간 들리는 기괴한 배경음까지 더해져 보는 내내 저 가족들이 정말 역겨웠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만약 저 가족이었으면 저렇게 남일 보듯 지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인간이 싫어졌다... (회스 가족이 특별하게 악한 사람들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 상황에서 저렇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 특히 헤트비히 회스 캐릭터는 죄책감 0의 인물로 그려져 더 소름 돋았다. 

가스실 작동 방식에 대해 설명하는 독일인

영화는 계속해서 회스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준다. 기괴한 효과음 제외 영상에 깔리는 배경음악이 거의 없다시피 한 영화고 장면들이 모두 엄청나게 평화롭기 때문에 얼핏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그만큼 회스 가족의 일상은 평화롭고 평범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하겠다) 나도 중후반부는 살짝 졸음이 몰려왔었는데 후반부에 또 정신이 바짝 드는 장면이 나온다. 

 

 

*결말 스포 있음

 

 

회스가 알 수 없는 복부 통증 및 구토 증상을 느끼고 병원 진료를 받는데, 병원에서는 딱히 문제가 없다고 진단해준다. 아마 보는 사람 모두 증상의 의미를 회스의 죄책감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감독이 명확하게 연출을 해주었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아 쟤도 똑같은 인간이구나' 하면서 살짝 연민의 감정이 스멀 올라오려던 때가 있다. 

 

바로 그 때 영화는 현대의 아유슈비츠 수용소 박물관으로 장면을 바꿔버린다. 첨에 그 장면을 보고 '뭐지? 갑자기 왜 시간이 이동되지?' 했는데, 그 후에 보여준 장면들을 보고 바로 납득이 됐다. 영화는 박물관 안에 가득 쌓인 유대인들의 신발, 주인이 사라져버린 낡은 그들의 물건 등을 천천히 보여준다. 아무런 배경음악 없이. 

 

그 순간, 루돌프 회스가 다시 사람 죽인 미친 X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남들 가스실에서 죽어갈 때 고작 구토하나로 고통스러워서 진료를 받아?' 유대인들은 이유도 모른채 죽어가야만 했는데 사소한 증상으로 병원 진료를 받는 회스의 모습을 보니 역겨운 느낌이 다시 타올랐다. 회스의 구토 장면과 현대 아우슈비츠 박물관 장면을 교차로 보여준건 아마관람객이 회스에 대해 연민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한 연출이었을 것 같다.(누가봐도 그렇게 느껴지게 만들었음. 감독 천재임.)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BGM이 또 오지게 기괴하다. 보통 엔딩 크레딧은 쿠키가 있지 않은 이상 바로 나오곤 했는데 여러 사람들이 속삭이며 소리치는 듯한 느낌의 음악이 나오니 앉은자리에서 다 듣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또한 집에서 봤다면 느끼지 못했을 경험이기에 이 영화는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작품이라고 또. 또! 생각이 들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상업 영화, 특히 액션 영화처럼 스케일 큰 영화만 고집하던 내가 예술 영화도 영화관에서 봐야만 하는구나를 느꼈던 첫 번째 영화였다. 개봉한 지 시간이 좀 되어 거의 막이 내렸기에 볼 수 있는 영화관이 별로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극장에서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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