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의 파과, 단 하나의 문장을 재밌게 읽었던 적이 있어서 도장 깨기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책이다. 공동주택에 모인 네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 미디어에서 다뤘던 공동체의 판타지는 다 빠지고 리얼 현실만 담담하게 담아낸 책이다.
읽다 보니 드라마 스카이캐슬 같은 느낌도 나고(물론 스카이 캐슬처럼 고자극적인 내용은 아니다) 내용 전개도 흥미진진했다.
단 구병모 작가의 특징인 긴 호흡의 문장이 나에겐 아직 버겁긴 했지만.. 그래도 뇌에 힘주고 읽으면 돼서 그렇게 어렵진 않다.
요약
제목 | 네 이웃의 식탁 |
작가 | 구병모 |
출판사 | 민음사 |
페이지 | 191 페이지 |
장르 | 현대소설 |
정독 소요 시간 | 3시간 이상 |
값 | 14,000원 |
장편소설이긴 하지만 책의 두께가 그리 두껍지 않기 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호로록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이야기 소재도 다분히 일상적이어서 추리소설 읽는 것 마냥 복잡하게 머리 쥐어 짜내면서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이다.
다만 4쌍의 부부와 그들의 아이들이 등장인물로 등장하기 때문에 '얘가 누구였더라..' 하며 앞장을 뒤적이곤 했다. 등장인물들이 조금 헷갈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누가 누구 남편이고 아내인지 처음에 좀 헷갈림)
줄거리
낮은 출생률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현실,
정부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꿈미래실험공동주택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이름에 여러 단어를 덕지덕지 갖다 붙인
저 공동주택은 공기가 아주 맑은 곳에 지어졌으며
총 12 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이다.
또한 공동주택이라는 이름답게
가구들이 공동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아주 큰 식탁이 있어 식사도 함께 할 수 있다.
이러한 꿈미래실험공동주택의
입주 조건은 아래와 같다.
1. 남, 여로 구성된 부부일 것
2. 자녀를 3명 낳을 것
지극히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공동주택이므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성인들이 아이를 낳는다는 조건을 지켜야
이곳에서 장기간 거주 할 수 있다.
이 곳에 살고 싶어하는 부부들이 입주를 신청했고
그중 네 부부가 자녀를 3명 갖겠다는
자필 서약서까지 쓰고 이 공동 주택에 입주한다.
부부 1
신재강-홍단희
신정목(5)
신정협(3)
특징
아내 홍단희는 굉장히 균형 잡히고
똑 부러지는 성격으로 완벽하고
우아한 삶을 지향하는 캐릭터
그에 반해 신재강은 남한테 추근덕 대기나 함
부부 2
고여산-강교원
고우빈(4)
고세아(영아)
특징
경찰을 부를 정도로 부부싸움을 하는 부부.
강교원은 아이들에게 유기농, 수제
등만 고집하며 사람들에게 겉으로
보이는 것에 집착을 하는 반면
뒤에서는 중고 거래 진상일만큼 억척스러운 캐릭터
고여산은.. 그냥 남편이다.
부부 3
손상낙-조효내
손다림
특징
조효내는 동화 그림작가로 프리랜서이다.
매일 밤새서 작업하기
일쑤이며 공동체적 성격보다는
개인주의성향이 강한 캐릭터이다.
손상낙은 그냥 직장 다니는 남편이다.
부부 4
전은오-서요진
전시율
특징
공동주택에 가장 최근에 입주한 부부.
전은오는 무직이며 서요진이 사촌언니네
약국에서 카운터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다.
전은오는 외벌이인 아내에게
약간의 자격지심을 갖고 있다.
공동주택에 입주한 네 부부는
공동비용을 갹출하여 밥도 같이 해 먹고
아이들도 함께 양육을 한다.
하지만 서로의 가치관 충돌로 인해
공동체 생활엔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아래 내용에 결말 스포 있음
결말 & 리뷰
네 이웃의 식탁은 총 네 부부가 등장하지만 공동체, 육아 등에 초점이 맞춰있기 때문에 남편들의 역할이 두드러지진 않는다. 그러므로 4쌍의 부부들 중 아내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읽으면서 여전히 육아는 여자들이 다 맡아한다는 현실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홍단희의 남편 신재강은 사정상 서요진과 출퇴근 카풀을 함께 하는데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서요진에게 다른 마음을 먹는 예비 불륜 남이다.(물론 서요진은 거절한다)
그 밖에도 요진의 딸 시율은 아이들 중 가장 언니고 누나라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레 동생들을 돌보는 역할을 맡아버려 대체 어른들은 뭘 하고 자기 딸이 애들을 돌보나 하며 요진이 화를 내는 부분이 몇 번 등장하는데, 이는 첫째에게 모든 짐을 짊어주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느껴졌다.
애초에 애를 3명 낳는다는 조건으로 공동 주택을 입주하는 것도 징그럽다고 느꼈는데 뒤로 갈수록 네 부부들의 갈등이 첨예해지는 걸 보며 역시 현실에서 이웃사촌의 정이란 건 옛말이라는 걸 또다시 느낌과 동시에 이 소설이 공동체의 부작용을 속속들이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네 이웃의 식탁 결말은 이러하다.
1. 시율이의 보모 역할에 열이 받은 요진이 시율과 함께 공동 주택을 나가자 남편 은오도 곧 따라 퇴거
2. 재강이 요진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된 단희가 공동 주택을 나가고 재강도 곧 퇴거
3. 조효내와 손상낙 부부도 공동 주택을 퇴거하고 결국 고여산-강교원 부부만 공동주택에 남아 새로 입주하는 다른 가족을 반갑게 맞아줌
네 이웃의 식탁은 전은오/서요진 부부의 입주로 시작하고, 새로운 부부가 입주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각 부부들의 공동체 생활은 실패했지만 결국 꿈미래실험공동주택은 계속될 것이라는 걸 암시하듯 말이다. 과연 그다음 기수(?)는 잘 유지가 될런지?
조금 궁금하긴 하다.
네 이웃의 식탁은 각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굉장히 섬세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 사이의 치밀한 관계에 잘 지치는 분들은 읽다가 기가 다 쫙 빨리는 부작용이 있으니 주의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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