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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로 보는 정치의 기원', 침팬지 폴리틱스(프란스 드 발) 리뷰

by 고녁 2024.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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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보문고에 갔다가 흥미로워 보이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무려 '권력 투쟁의 동물적 기원'이라는 카피가 쓰인 침팬지 폴리틱스(Chimpanzee politics)라는 책이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려고 보니 예약이 가득 차 있어서 한참 기다린 후에야 대출 할 수 있었다. 인기 도서인가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모든 동물들에게도 정치생활이 있을 거란 생각은 어렴풋이 하고있었다. 다만, 침팬지들이 인간과 똑같은 정치 생활을 할 거란 생각은 전혀 안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난 후 인간과 침팬지가 별 다를 거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팬지 사회는 인간사회의 축소판이었다. 

요약

제목 침팬지 폴리틱스
저자 프란스 드 발
출판사 바다출판사
페이지 323 페이지
장르 과학, 교양
정독 소요 시간 4-5시간 
18,000원

 

리뷰

이 책은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이 네덜란드 아른험에 있는 뷔르허스 동물원 야외 사육장에서 침팬지들을 직접 관찰하면서 쓴 일종의 관찰일지다. 

 

그렇기에 침팬지들의 행동과 변화가 아주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으며, 마치 소설이나 영화 속 등장인물들처럼 각각의 침팬지들의 성격이나 특징들을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침팬지들의 사진도 아주 많이 담겨 있어서 책을 읽고 이해하는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다만 번역된 말투가 어색해서 살짝 안 읽히긴 함)

이 친구들이 책의 주인공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은 후 침팬지들의 정치 생활을 한 줄로 정의할 수 있었다. 그들은 서열에 따라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 의해 서열이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정말 놀라웠다. 동물의 세계이기 때문에 단순히 힘의 논리로 사회가 굴러갈거라 생각한 나를 반성했다. 침팬지가 인간과 전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생각해 보면 인간 사회도 그렇다. 힘이 센 사람 위주로 사회적 관계망이 형성되기도 하지만 그건 잠깐뿐이다. 약자들의 연합으로 얼마든지 판세는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지니어스'가 어찌나 생각이 나던지. 사람들에게 좆목질이라며 욕먹었던 예능의 장면들이 사실 정치 그 자체였던 것이었다.  

특히 수컷 침팬지 이에룬, 라윗, 니키의 권력투쟁은 정말이지 밤 9시 뉴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똑같다는 말이다. (오히려 침팬지들이 더 점잖은 것 같기도 ) 이 수컷 3마리의 권력투쟁이 거의 70페이지 정도 되는데 그 결말은 꼭 책에서 확인해 보길 바란다. 결말마저도 인간의 정치와 닮았다.

 

침팬지들은 서로 치고박고 싸우다가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곧잘 화해를 한다. 나와 적대관계에 있는 침팬지가 공격을 하러 오면, 바로 자신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침팬지들에게 다가가 연합을 맺는다. 심지어는 적대 관계였던 침팬지와도 연합을 맺는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인간사회 공식이 침팬지 세계에서도 통하는 것이다. 이를 보면 관계의 맥락을 읽어나가는 침팬지들의 능력은 결코 인간에 뒤지지 않는다. 아니 더 나은 부분도 확실히 있다. 

 

또한 성별에 따른 서열구조의 차이도 흥미로웠다. (난 원래 성별에 따른 역할의 차이나 특징을 고정화 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연구 결과가 그렇다고 하니 그저 흥미로웠음)

 

암놈끼리의 서열을 결정하는 주요인은 성격과 나이지만 수놈 사이에서는 연합이 우열을 결정한다고 한다. 아른험의 침팬지 집단에서 수놈들은 5시간마다 한 번씩 충돌했지만, 암놈들끼리는 100여 시간만에 한 번씩 충돌이 있었다고 한다. 대신 암놈들은 '인사'가 충돌보다 두 배 정도 잦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암놈의 서열은 수놈의 서열과는 달리 긴 시간 안정적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나는 이것도 인간 사회와 정말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점이기도 한데, 보통 여자는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한편 남자는 사회적으로 우월한 그룹에 편승을(상승욕구) 하려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물론 모든 여자 남자가 그렇다는 건 절대 아님) 이 생각을 침팬지 그룹에서 그대로 보여주니 너무나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 친구가 암놈 무리의 대장인 '마마'이다.

그 외에도 아른험 침팬지들의 동맹, 배반 등 온간 인간 군상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 정도면 대학생들 필독서로 지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국회의원들한테 읽으라고 하고싶은데 안 읽을 거 같고..) 사회생활하는 직장인들도 읽으면 좋을 듯하다. 회사라는 곳엔 침팬지보다도 못한 인간들의 온갖 정치가 난무하는 곳이니 말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며 표시했던 내용을 정리하며 포스트를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아른험에서의 연구가 내게 가르쳐준것이 있다면,
정치의 기원이 인류의 역사보다 더 오래됐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동기를 타인에게 숨기려
할 뿐 아니라 그 동기가 자신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도 과소평가한다.

반면 침팬지는 '더욱 천박한' 자신의 동기를
아주 뻔뻔하게 알린다.

권력에 대한 침팬지의 관심이
인간보다 더 강해서가 아니다.
단지 아주 적나라할 뿐이다. 

 

 

모든 파벌들은 일시적인 권력 균형에
이를 때까지 사회적 영향력을 계속해서 찾는다.
그리고 이런 균형은 서열상의 지위를 새롭게 결정한다. 

 

 

권력의 균형은 매일매일 시험되며,
만일 그것이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도전이 일어나고
새로운 균형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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