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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그걸 사용하는 이의 인격이야"

by 고녁 2024.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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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장 정리를 했다. 안 읽는 책들은 버리거나 상태 좋은 책들만 골라 중고서점에 판매하고 한 번 더 읽고 싶은 책들은 조금 남겨두었다. 남겨진 책들 중 하나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소설 제노사이드였는데 2019년에 워낙 재밌게 읽었기도 했고 내용이 잘 기억이 안나기도 해서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5년 전에 읽었던 책이었기 때문에 지금 다시 읽었을 때 그때는 몰랐던 스토리에 허점이 보인다거나 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고전이 아닌 현대소설을 다시 읽을 때 그랬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괜한 걱정이었다. 다시 읽어도 이 소설은 재밌었다. 약 7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읽는 내내 이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쉽게도 아직까지 다른 콘텐츠로 제작이 되지 않았다. 여러 감독 및 작가, OTT들이 언젠가 이 소설을 제작해 주길 간절히 빌고있다. 

 

책 정보 요약

제목 제노사이드 (GENOCIDE)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
출판사 황금가지
페이지 683 페이지
장르 SF 소설
정독 소요 시간 5시간 이상
18,000원

 

줄거리 (스포 없음)

*이미지는 참고용 입니닷!!

넷플릭스 드라마 '더블 타겟'

조너선 호크 예거는 할당받은 임무를 성사시키는 용병이다. 보통은 VIP들을 경호하는 임무를 받았던 예거였지만 이번에 할당받은 미션은 좀 특별했다. 그 미션은 콩고 민주 공화국 피그미족 사이에 발생한 신생 바이러스 제거를 위해 그들을 전부 사살하라는 것이었다. 위험한 임무였지만 보수는 꽤 괜찮았다. 예거는 처음엔 망설였지만 불치병에 걸린 아들 저스틴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서 그 임무를 수락하게 된다. 

일본판 '시그널'

제약 화학 연구실에서 유기 합성을 맡고 있는 대학원생 고가 겐토는 흉부 대동맥류 파열이라는 병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잃는다. 아버지와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던 겐토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런데 그때 수상한 메일을 한 통 받는다. 발신자는 고가 세이지, 겐토의 아버지였다. 

 

'아이스바로 더러워진 책을 펴라. 이 메일은 엄마를 포함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거라.' 겐토는 어릴 적 먹단 아이스바가 묻은 화학 참고서가 생각났다. 책에 아이스바가 묻은 건 아버지와 겐토 자신 밖에 모르는 일이었기에 곧장 본가의 서재로 향하는 겐토. 그리고 나선 아버지가 남긴 거대한 수수께끼를 맞이하게 된다. 

 

리뷰

*스포 있을 수 있음!!!

 

어째서 우리는 인간끼리 서로 죽이고
두려워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제노사이드

Genocide

: 집단 학살

 

소설은 제노사이드라는 제목에 굉장히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 예거가 부여받은 임무도 피그미족을 제노사이드 하는 것이었고, 관동대지진으로 인한 조선인 학살에 대해서도 살짝 다뤄준다.(겐토를 도와주는 조력자로 이정훈이라는 한국인 캐릭터가 나올 때 다룸). 책의 중반부로 가게 되면 미 정부의 신인류 제노사이드로 이야기가 정말 방대해지는데,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인간이 인간을 학살하는 제노사이드에 대해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를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정말 무서웠던 건 책의 내용이 굉장히 현실성이 있다는 거였다. 인류의 지성을 압도하는 초지능을 가진 인류의 탄생도 충분히 발생 가능한 일이었고, 그 지능이 현 인류에게 위협이 될 거라 판단한 미 정부의 신인류 학살 프로젝트 또한 진짜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나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미 정부는 왜 제노사이드라는 선택을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지만 사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인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 강한 인류가 출현한다면? 신인류의 지능이 현인류의 지능보다 수만 배 뛰어나다면? 아마 미국은 패권을 내려놓는 게 무서워 신인류를 학살하기로 결정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호모 사피엔스의 인류 진화 과정 속에 결국 더 진화된 개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공포였을 것이다. (소설 속 얘기지만 굉장히 충분히 현실감 있기도 함)

 

 

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
p. 415

 

위 대사는 소설 속 신 인류 학살을 자행하려는 번즈 대통령에게 과학자 가드너 박사가 누스(소설 속 초지능의 신인류)의 학살을 막아야 한다며 하는 말이다. 소설 속 상황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에도 적용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 저 문장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떤 기술이 든 간에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의 인격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 영화 오펜하이머를 아직 보진 않았지만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에서도 과학자와 정치인이 끝없이 대립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예거와 그의 용병 동료들의 활약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잘 묘사되어 있는 것도 이 책의 포인트이다. 더불어 일본인 고가 겐토와 한국인 이정훈의 케미도 거의 브로맨스 수준으로 잘 그려져 있으니 한국인이라면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아 참, 신인류의 미친 지적 능력도 날 입벌리게 만들었다. (거의 현인류를 가지고 노는 수준의 지능으로 묘사된다)

 

다소 무거운 주제의 소설이지만 읽고 난 후 정말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었다. 과몰입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는 책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 책에 5점 만점에 6점을 주고 싶을 정도다. 

 

날도 점점 더워지는데 더운 바깥보다 시원한 실내에서 이 책을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제발 시리즈로 제작해 줬으면 좋겠다. 넷플릭스, 디즈니 어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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