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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잠에 대한 생각을 180도 바꿔준 인생책

by 고녁 2024.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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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창 시절부터 항상 잠이 부족한 애였다. 비몽사몽으로 등교를 하고 수업시간에는 항상 졸기 일쑤였다. 야자 때는 뭐 대놓고 잤다. 대학을 다닐 때도 버스만 타면 바로 딥슬립에 빠지던 학생이었다. 머리만 닿으면 거의 잠에 빠져들었다. 

 

사회인이 되고부터는 매일 만성피로에 시달렸다. 잠에 들었다가 눈 뜨면 출근이라는 생각에 어떻게든 졸린 눈 비벼가며 넷플릭스를 보고 그다음 날 피곤해하는 악순환이었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갖겠다는 핑계로 말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잠을 줄이며 살았던 건 '잠죽자(잠은 죽어서 자라)'를 기반으로 한 치열한 경쟁사회의 생존방식이었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가 다 잠을 줄여가며 시간을 내서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성인 하루 권장 수면 시간인 7-8시간이 그저 버려지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자는 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하지만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고 잠에 대한 내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이젠 나를 위해서 어떻게든 밤 12시 전에는 잠에 들려고 노력을 한다. 안 자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잠에 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책 정보 요약

제목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저자 매슈 워커
출판사 사람의집
페이지 492 페이지
장르 과학, 교양
정독 소요 시간 6시간 이상
23,000원

 

우리는 왜 잠을 자야할까를 쓴 저자 매슈 워커는 세계적인 신경 과학자이자 수면 전문가로 현시대의 수면 부족 현상의 심각성을 문제 제기하고 있다.

 

이 책은 뇌과학과 관련된 이야기지만 쉽게 쓰여 있어서 누구나 호로록 읽을 수 있다. 다만 페이지가 거의 500페이지다 보니 정독하는데 시간은 좀 걸린다. 

 

앞부분 30%만 읽어도 '아 잠죽자는 정말 쓰레기 같은 생각이었구나' 깨닫게 된다. 그만큼 잠을 줄여가며 얻는 것보다 잠을 제대로 잤을 때 얻는 것이 훨씬 많다는 걸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 

 

그렇기에 평소에 잠 자는 걸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조건 읽어야 하는 책이다. 실제로 친구들한테도 엄청 추천하고 다녔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는 총 4부 + 결론 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잠은 무엇일까

1장 잠이들다

2장 카페인, 시차증, 멜라토닌

3장 잠을 정의하고 청하기

4장 유인원, 공룡, 뇌의 반쪽씩 잠자기

5장 평생에 걸친 잠의 변화

 

2부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6장 엄마와 셰익스피어는 알고 있었다

7장 너무 극단적이라서 기네스북에 오를 수가 없다

8장 암, 심장 마비, 수명 단축

 

3부 우리는 어떻게, 왜 꿈을 꾸는 걸까

9장 으레 일어나는 정신벽적 증상

10장 야간 요법으로서의 꿈

11장 꿈 창의성과 꿈 제어

 

4부 수면제에서 변모한 사회까지 

12장 밤에 부딪치는 것들

13장 아이패드, 공장 사이렌, 밤술

14장 잠을 헤치거나 돕는 방법들

15장 잠과 사회

16장 21세기의 새로운 수면 전망

 

결론 자느냐 안 자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잠과 건강의 관련성, 꿈, 우리의 잠을 방해하는 것까지 다룬다.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까 본인이 흥미 있어하는 부분말 골라 읽어도 된다. 하지만 맥락이 이어져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걸 추천한다. 

신비한 잠의 세계

이 책을 읽으면서 잠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었는데 그중 내 뇌리에 강하게 박혔던 내용들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1. 렘수면이 지속되면 우리 몸은 완전 마비 상태에 놓인다. 이때는 뇌가 움직이라고 지시를 해도 더 이상 반응을 할 수 없다. 그리고 렘수면 단계가 끝나면 근육을 움직일 수 있다.

 

그러면 왜 렘수면 때 근육이 마비되는 것일까? 사실 렘수면 때 뇌에서 운동 명령들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그래서 우리가 움직임 가득한 꿈을 꾸게 되는 것인데, 이 때 근육이 마비상태가 아니라면 이 움직임이 실제가 돼버리기 때문에 똑똑한 뇌는 안전하게 꿈을 꿀 수 있도록 렘수면 동안 근육을 못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2. 상어는 눈을 결코 감지 않기 때문에 예전에는 상어가 잠을 자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어가 눈을 결코 감지 않는 이유는 눈꺼풀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3. 인류의 수면 형태는 지속 시간은 줄어들면서 깊이는 더 증가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영장류들처럼 나뭇가지 위가 아닌 땅에서 잠을 잠으로써 우리 조상들은 렘수면을 강화하고 수면시간을 어느 정도 줄여냈다. 실컷 꿈을 꾸면서 잠의 질을 농축시킨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처럼 엄청나게 높은 비율로 렘수면을 쏟아붓는 동물은 없다. 이 진화 방향이 인간의 사회문화적 복잡성 수준과 인지 지능을 더 바람직한 쪽으로 빚어왔다고 볼 수 있다. 잠이 인류를 진화시킨 것이다. 

 

4. 정확한 인지력과 이해력을 증진시키는 렘수면 능력 덕분에 우리는 좀 더 지적인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다. 우리 감정을 조절하는 냉철한 능력은 매일 밤 렘수면을 충분히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잠을 못 자면 그렇게 짜증이)

 

5. 깊은 비렘수면이 청소년기 뇌의 마지막 마감 공사와 정밀 검사를 수행하여 인지 기능, 추론, 비판적 사고가 나아지기 시작한다. 뇌 성숙이 깊은 잠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깊은 잠이 뇌 성숙의 추진력일 수 있다는 거다. 그러니 아이들을 잠도 못 자게 깨워서 공부를 시킬게 아니라 그냥 푹 자게 둬야 한다. 

 

6. 아기를 팔에 안고 재우면 더 잘 잠에 드는 것, 이 행동엔 과학적 근거가 있다.

 

스위스 연구진이 늘어뜨린 밧줄에 침대를 매달아서 실험을 하나 진행했다. 떠 있는 침대 한쪽에 회전하는 도르래를 달아서 일정한 속도로 침대를 좌우로 흔들며 자원자들의 수면 뇌파를 기록했는데, 천천히 흔들리는 움직임은 깊은 수면을 더 깊게 하고 느린 뇌파의 질을 높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기를 팔에 안아 흔들면서 재우면 더 깊은 잠을 자는 게 사실이었던 것이다. 

 

정말 너무 재미있지 않나

잠이라는 게 이렇게 흥미로운 소재일 줄이야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이번엔 내가 잠죽자 탈퇴선언을 하게 만든 이 책의 구절들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1. 부족한 잠과 알츠하이머 병의 병리는 상호작용 하면서 악순환을 일으킨다. 잠이 부족하면 아밀로이드 판이 뇌에 쌓이게 되고, 이 공격으로 인해 깊은 비렘수면이 줄어들어 밤에 뇌에서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능력도 약해진다. 

 

그러면 아밀로이드가 더 많이 쌓이게 되고 그럼 또 깊은 수면이 줄어들고, 그럼 또 아밀로이드가 더 쌓이는 과정이 악순환되는 것이다. 즉 치매에 걸릴 확률을 낮추기 위해선 잠을 푹-자야 한다. 

 

2. 렘수면의 꿈꾸기 과정은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잊거나 해소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3. 감정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선 반드시 렘수면이 필요하다. 러시 대학교의 로절린드 카트라이트의 연구에 의하면 깨어 있을 때 입은 정신적 외상 및 감정과 명백하게 관련이 있는 꿈을 꿀수록 과거에 입은 정신적 외상에 사로잡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수 있었다고 한다. 

 

4. 잠을 여섯 시간 이내로 자는 사람들은 여섯 시간 넘게 자는 사람보다 심정지를 겪을 확률이 400-500% 더 높았다. 또한 심장 마비, 뇌졸중이 생길 확률이 200% 더 높다. 잠죽자를 실천하다 보면 일찍 죽어서 원하는 만큼 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ㅎ 

 

5. 잠이 부족할수록 더 먹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7-8시간 보다 덜 자게 되면 과체중이나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지고 이는 제2형 당뇨병이 생길 가능성까지 커진다. 

 

6. 수면은 면역계에 있는 온갖 무기를 써서 감염과 질병에 맞서 싸운다. 우리가 아프면 면역계는 수면 체계를 적극적으로 자극하는데(그래서 졸림) 단 하룻밤이라도 수면 시간이 줄면, 눈에 보이지 않는 면역 복원력이 몸에서 너덜너덜 벗겨져 나가 버린다. 

 

7. 시카고 대학교 데이비드 고잘의 연구에 따르면 악성 세포를 주입한 생쥐들 중 잠잘 때 방해를 받은 생쥐들은 암의 성장 속도와 크기가 200% 증가했다. 더불어 죽은 생쥐들을 부검해 보니 수면 부족 생쥐들의 종양이 훨씬 더 공격적이었다. 그들의 암은 전이되어 주변 기관, 조직, 뼈에까지 퍼져있었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이런 무서운 사실들이 줄줄줄 나열되어 있는데, 이걸 보면 잠을 자려고 노력을 안 할 수가 없다. 병 걸려서 죽고 싶지 않으면 해지자마자 당장 불 끄고 자야 한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운동을 하고 영양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식단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동시에 잠을 6시간 미만으로 자고 있다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무엇보다도 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잠을 잘 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컨디션은 정말 천지차이였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매일 날이 서 있는 것도 다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아침 지하철이나 버스의 분위기는 정말 최악이다) 몸이 아픈 것도, 감정 조절이 어려운 것도 모두 잠과 연관되어 있던 것이다. 

 

실은 이 책을 읽고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잠에 대한 중요성을 엄청 말하고 다녔다. 강한 어투로 죽고 싶지 않으면 일찍 자고 8시간 이상은 꼭 자라 같은 협박성 멘트도 서슴지 않았지만,

정말이다......

아무도 내 말 안 들어줌.

 

나는 이게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부터 잠죽자지금 이 시간에도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는 말들을 들어온 현대인들은 당연하게도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이 얼마나 중요한지 연구를 통해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모두가 잠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길 바란다.

 

난 앞으로도 내 주변인들에게 이 책을 열심히 추천하고 다닐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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