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추리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OTT마다 웬만한 시리즈는 다 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넷플릭스를 뒤지 던 중 '크리미널' 시리즈를 발견했어요. 크리미널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유럽의 각 나라별로 제작이 되어 있습니다. 유럽에서 꽤 인기 있는 시리즈인가 봐요.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보다는 그래도 영어가 익숙하니까 크리미널 영국을 선택했습니다.
처음엔 '혹시 크리미널 마인드 리메이크 작인가..' 했는데 시청을 해보니 범죄자의 마음을 읽는다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완전히 달랐어요. 넷플릭스 크리미널 시리즈는 '취조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용의자와 형사들의 대화만으로 이야기가 흐릅니다. 그래서 온전히 인물들의 말, 행동, 표정에 더 집중하기 좋아요.
그럼 <크리미널 영국> 1화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제목 : 크리미널 영국
시즌 공개 : 시즌2(2020)
총 에피소드 개수 : 7개(시즌1 : 3개/시즌2 : 4개)
회당 러닝타임 : 40~50분
시청 등급 : 18세 이상 관람 가능
장르 : 범죄수사, 스릴, 미스터리
언어 : 영어
->한국어 자막 지원⭕
->독일, 프랑스, 스페인 편 ⭕
| 1화 : 에드거
크리미널 시리즈 오프닝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여기 한 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감정의 동요가 전혀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하지 않겠습니다."만 되뇌는 이 남자는 14세 소녀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어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벌써 23시간째 같은 말만 반복하는 남자. 심문을 하는 형사들은 진전이 없는 조사에 지쳐만 갑니다.
"속옷은 왜 벗긴거죠? 당신 딸이었잖아요."
"의붓딸이야."
파란 셔츠를 입은 형사가 용의자에게 질문합니다. 그러자 양복을 입은 형사가 대답합니다. 둘의 대화를 보면 살해를 당한 피해자는 용의자의 의붓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두 형사가 앞에서 계속 얘기를 해도 용의자는 묵묵부답입니다.
한편 누군가 조사실 밖에서 안의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는 화면을 집중하며 보다가 한 가지 사실을 알아챕니다. 용의자 심문을 하고 있는 자신의 동료 '토니'가 볼펜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을요.
용의자 앞에 놓인 이 파란 볼펜은 심문을 하고 있는 형사 토니(양복 입은 사람)의 전략이었습니다. 용의자가 앞에 놓인 볼펜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관찰해서 용의자의 심리를 엿보는 용도인 거죠.
조사실 밖에서 지켜보고 있는 동료는 토니의 볼펜 전략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무고한 사람은 날뛰고, 소리치고 항변하는 경향이 있어요.
움켜쥐고, 가리키고, 꼼지락거리고 그러죠."
하지만 토니와 형사들의 바람과는 달리 볼펜은 놓인 자리 그대로 놓여있었습니다.
"책상의 볼펜을 보세요.
2시간 동안 놓여있었는데
팰런(용의자)은 한 번도 안 건드렸어요."
용의자는 오로지 "대답하지 않겠습니다."만 되뇌며 그 어떤 빈틈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형사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어요. 심문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박사님(용의자)과 니키(딸)가 묵은
8개 중 7개의 호텔은 트윈룸과 더블룸의
가격이 같지만 여덟 번 다 더블 룸을 고르셨던데
... 왜죠?"
형사는 끊임없이 용의자를 심문합니다.
"10월에만 11일을 외박하셨으니
사실상 같이 사셨겠네요.
하지만 그런 날도 끝나야 했죠.
네트볼 경기 횟수는 고정됐으니...
현실이 다가온 거예요. 그래서 죽였나요?"
형사는 용의자가 의붓딸을 성폭행하고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운동선수인 딸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동행하여 침대가 각각 있는 트윈룸 대신에 더블 사이즈 침대가 한 개 있는 더블룸을 예약했다고 보는 것이죠.
그런데 네트볼 경기가 끝나 더 이상 성폭행을 할 수 없으니 의붓딸을 죽였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질문에도 용의자는 노코멘트로 일관합니다.
"법의학자가 진행한 검시 보고서에 따르면
아, 참고로 의료계에서 매우 존경받는 분이죠.
박사님처럼요."
용의자는 의료계에서 저명한 박사인 듯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의붓딸이 사망 당시
처녀가 아니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니키가 남자친구가 있었나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니키가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나요?'
제가 검시 보고서 받은 다음날 한 질문입니다.
그러자 부인께서 답하시길, '아뇨'..라고 했습니다."
"박사님, 니키가 사망할 즈음
14살 의붓딸과 성적인 관계를 맺으셨나요?"
계속해서 밀어붙이는 토니, 그러자 용의자가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눈앞에 있던 볼펜을 움켜쥐고, 꼼지락 거리기 시작하는 용의자. 팰런 박사가 감정의 동요를 보이자 그의 변호사가 의뢰인이 불안해한다며 형사들에게 자제를 요청하죠. 그렇게 심문이 잠시 중지됩니다.
중지되었던 심문은 '휴고 형사'(파란 셔츠)가 나가고 '폴 형사'(회색 셔츠)가 들어온 채 다시 진행됩니다.
니키의 두개골에 남은 14군데의 상흔에 대해 얘기하며 박사가 충분히 기소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형사들. 팰런 박사의 변호사는 형사들의 허세라며 반응하지 말라고 하지만...
심경의 변화가 생긴 듯 자세를 고쳐 잡은 용의자 팰런, 드디어 입을 열고 이렇게 말합니다.
"얼마나 남았죠?"
| 형사와 용의자의 숨 막히는 기싸움
크리미널 시리즈는 '취조실'이라는 공간에서 이야기가 흐릅니다. 오로지 형사와 용의자의 대사, 표정, 몸짓으로만 내용이 전달되죠. 옛날에 봤던 '폰부스'라는 영화가 떠올랐어요. 한정된 공간에서 오로지 주인공의 연기만으로 엄청난 몰입감을 보여줬던 영화죠.
어떻게든 용의자의 혐의를 밝혀내야 하는 형사와 어떻게든 무죄를 주장해야 하는 용의자 사이의 기싸움이 팽팽하게 드러나는 시리즈입니다. 심리 싸움하는 범죄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주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시즌1은 총 3개의 에피소드가 있는데 옴니버스식입니다.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넷플릭스에 소개된 간략 줄거리를 참고하여 보고 싶은 에피소드만 보셔도 무방해요.
| 조금 더 액션이 있었다면..
어두컴컴한 취조실 장면만 나오다 보니 약간은 지루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잠깐 정신 놓으면 대사를 놓쳐서 잠이 오는 장면들이 있더라고요. 범죄 장면 회상을 약간 씩만 넣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정적이고 배경까지 어두우니 집중은 잘되지만 자칫 지루해지기 쉽더라고요.
그래도 범죄 스릴러 좋아하는 시청자로서 이런 시리즈는 언제든지 대환영입니다. 1화의 팰런 박사가 진범인지 아닌지는 직접 보시고 판단해 보세요. 1화 끝날 때 나름의 반전(?)도 있답니다.
그럼 다음에 더 재밌는 이야기 가지고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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