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보통 주말마다 방청소를 한다. 신기한 건 이 작은 방에서 쓰레기가 끊임없이, 그것도 매주 나온다는거다. 그걸 깨닫기 시작한 후로는 의식적으로 물건을 그만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정말 어려웠다. 아직도 내 책상은 여러 물건들이 질서 없이 흐트러져있고 수납장 곳곳에도 정리 안된 물건들이 처박혀있다.
이 시점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을 봤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시청을 마치자마자 미친 듯이 물건 정리를 시작했다. (무슨 물건들을 정리했는지는 다큐멘터리 내용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마지막에 공개) 속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그럼 미니멀리즘 :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리뷰를 시작하도록 하겠다.
요약
제목 | 미니멀리즘 :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
몇부작 | 1부작 |
러닝타임 | 53분 |
장르 | 다큐멘터리 |
시청등급 | 전체 관람가 |
지원 OTT | 넷플릭스 |
언어 | 영어(한국어 자막 O) |
내용
미니멀리즘 :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은 두 명의 미니멀리스트 조슈아와 라이언(Joshua Fields Millburn과 Ryan Nicodemus)이 미니멀리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과, 실제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는 다큐멘터리다.
등장인물인 조슈아와 라이언은 학창 시절부터 친했던 친구사이로, 미니멀리즘과 관련한 책과 팟캐스트 그리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미니멀리즘에 대해 설파하고 다닌다.
그중 조슈아는 대기업에서 최연소 이사자리에 오를 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화려한 차, 명품이 가득 찬 옷장 등 누구나 선망하는 삶을 살았던 조슈아지만 어머니의 사망 그리고 동시에 이혼을 겪으며 인생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부터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던 중, 그는 인생에서 중요한 한 가지를 깨닫게 된다.
바로, 자신이 성공과 출세에 눈이 먼 채 미친 듯이 물건을 사모으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조슈아는 최연소 이사자리에 오를 만큼 돈을 잘 벌었고 그 돈으로 원하는 걸 다 살면서 살았다. 하지만 원하는 걸 모두 얻고 난 다음 그에게 남은 건 '내가 진짜 원한 건 이런 물건들이 아니야'라는 마음뿐이었다.
그는 그때부터 미니멀리즘에 눈을 떴다.
라이언도 다를 건 없었다. 갖고 싶은 걸 갖기 위해서 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번 돈으로 소비하고, 또 더 열심히 일하고 번 돈으로 소비를 했다. 결과적으로 건강과 인간관계를 잃었고 매달 들어오는 월급과 그 돈으로 구매할 쇼핑 목록만 바라보며 살게 되었다. (사실 이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모습들이기도 하다.)
라이언 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자꾸만 무언가 사려는 욕구를 가지는 걸까? 다큐멘터리는 그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기업의 홍보 활동이 사람들의 구매욕구를 만들어낸다"
실제로 미국의 1950년 광고비는 50억 달러였지만 2020년엔 2400억 달러가 되었다. 그만큼 기업들이 '우리 물건 사세요! 당신에게 꼭 필요한 거예요!'라고 끊임없이 소비자를 설득하고 있는 사례가 늘었다는 증거다.
심지어 스마트폰으로 개인의 행동패턴, 정보 등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기업들은 쿠키 정보를 활용하여 맞춤 광고를 선보이기도 한다. 즉, 우리는 24시간 내내 기업들의 홍보활동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사람들은 끊임없이 소비를 해대기 시작했다. 정말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전자기기는 늘 새것으로 바꾸고, 집안 가구를 전부 새로 사고 특이한 접시는 물론 손톱깎이도 종류별로 사기에 이르렀다. 갖고 있지도 않은 돈(신용카드)으로 1년만 지나면 가치가 뚝뚝 떨어지는,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척척 긁어댔던 것이다. (이 부분이 나오자마자 나의 거울치료가 시작됐다.ㅎ)
결국 현대인들은 물건을 사도사도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렇게 우리(인간)는 독립성과 자유를 잃어가게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현대인들의 쇼핑욕구와 더불어, 필요 없는 물건들을 저장하려는 욕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옛날 추억이라는 의미를 이유로 쓸데없는 옛날 물건들은 너무나도 많이 보관하고 있다(학창 시절 교과서, 리포트 등등)
조슈아의 어머니 또한 그랬다. 조슈아의 초등학교 에세이, 숙제 등을 추억이라 생각하며 상자 속에다가 차곡차곡 보관하고 계셨던 것이다. 하지만 조슈아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박스들은 20년 내내 고이 봉인되어 있었으며, 이 물건들을 꺼내보며 추억을 되살렸던 적도 없었다고.
여기서 조슈아는 또 한 가지 깨닫게 된다. 우리의 추억은 물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것이라는 걸. 조슈아는 그 박스들을 모두 처분해 버렸다.
(그리고 이 장면을 본 나도 곧바로 내 대학시절 책들과 필기 노트들을 버렸다. 어찌나 속이 후련하던지)
이후 조슈아는 짐을 줄이면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까를 생각하며 한 달에 딱 하나씩 물건을 버리기를 실천했다고 한다. 하나씩 버리기 시작하자 안 쓰는 물건을 한 번에 버리는 게 너무나도 쉬워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 방법을 실천한 다른 사람들도 물건 버리기를 통해 그들의 자유를 찾았다고 말한다.
미니멀리즘을 통해 그들이 깨달은 것들은 아래와 같았다.
-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들이 사라지자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게 뭔지 알게 되었다
- 소비보다는 공동체 의식에 집중을 하게 되었다
- 받는 것이 아닌 주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보게 되었다
위 4가지 이유를 말하며 다큐멘터리는 마무리가 된다.
다큐멘터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나의 물건 치우기가 시작되었다. 아까 말했듯 공부했던 책들과 노트를 다 정리했고,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은 기부할 책과 중고 서점에 팔 책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여행을 다닐 때마다 사 모으던 봉제 인형들도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다. 인형이 낡고 더러워져서가 아니라, 나 또한 조슈아처럼 그 인형들이 내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가게 사이트에 기부 가능 품목이 정리되어 있으니 기부할 물건이 있다면 확인 후 발송하면 된다.
https://www.beautifulstore.org/intro-donation
53분짜리 다큐멘터리였지만, 최근에 본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나에게 영향력이 큰 다큐멘터리였다. 이 다큐를 보고 나니 과잉공급 과잉소비시대에서 줏대 없이 허우적대지 않기 위해선 물건을 대하는 나만의 확고한 기준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지금을 살고있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다큐멘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많이 많이 봐주세요.)
(+그리고 나는 오늘부터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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